필자는 2021년 4월 건양대병원에 첫발을 내디뎠다. 대학 졸업 후 처음 맞이하는 사회생활이었기에 설렘과 긴장, 그리고 두려움이 교차했다. '잘 해낼 수 있을까, 환자분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함께 일할 분들은 어떤 분들일까.'
다행히 그런 불안을 함께 나눌 수 있는 든든한 존재가 있었다. 입사 첫날, 같은 병동에 함께 배치된 친구였다. 대학 동기이자 같은 반에서 공부하던 사이였기에 우리는 서로에게 마음을 기댈 수 있었다.
처음 몇 주는 모든 것이 낯설고 버거웠다. 알람 소리에 눈을 뜨면 '오늘은 실수하지 않아야지' 다짐했지만, 하루를 마치고 돌아올 때면 온몸이 녹초가 되어 있었다. 그래도 침대에 누워 병동에서 있었던 일들을 하나하나 복기하며 부족했던 점을 되짚어 보았다. 책을 다시 펴고, 동기들과 정보를 주고받으며 서로의 경험을 나누다 보니 조금씩 자신감이 생겼다.
3월에 먼저 입사한 동기도 있었다. 같은 학교 출신이라 낯설지 않았고, 한 달 먼저 겪은 경험 덕분에 작은 조언 하나에도 큰 힘이 되었다. 그리고 두 달 뒤, 5월에 새로 들어온 동기를 처음 만났을 때는 마치 한 달 전의 나를 보는 듯했다. 불안한 눈빛과 긴장된 표정 속에서 과거의 내가 떠올랐고, 그래서 더욱 다정하게 다가가고 싶었다. 아직 아는 것은 많지 않았지만, '괜찮다, 다 잘 될 거야'라는 말 한마디라도 전해주고 싶었다. 누군가에게 안도감을 주는 존재가 되고 싶었던 그 순간이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병동 생활이 아홉 달쯤 되었을 무렵, 이제는 혼자 해결할 수 있는 일도 하나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래도 여전히 어려움이 닥칠 때면 동기들과 선배님들이 마치 영웅처럼 나타나 도와주셨다. 그럴 때마다 감사한 마음이 들면서도 '내가 더 잘해야 하는데'라는 책임감이 커졌다. 하루에도 수차례 긴장과 안도의 순간이 교차했지만, 그 모든 시간 속에서 나는 조금씩 단단해지고 있었다.
특히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시기에는 병동 이전과 근무 체계의 변화 등 쉽지 않은 일이 연달아 일어났다. 방호복 속에서 흘러내리는 땀과 끝없는 피로감에도 불구하고, 의료진 모두가 서로를 격려하며 함께 버텼다. 그 시절을 지나며 '간호는 혼자 하는 일이 아니라 함께 만들어가는 일'이라는 사실을 깊이 깨달았다.
이제 어느덧 5년 차 간호사가 되었다. 처음의 두려움은 사라지고, 그 자리를 책임감과 보람이 대신하고 있다. 아직도 배워야 할 것이 많지만, 후배들에게는 내가 받았던 도움을 돌려주고 싶다. 힘들고 지칠 때마다 서로를 바라보며 버텨온 동기들, 그리고 언제나 묵묵히 뒤에서 지지해 주신 선배님들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다. 앞으로도 환자에게는 믿음직한 간호사로, 동료에게는 따뜻한 친구로 남고 싶다.
서로의 손을 잡고 함께 웃고 울며 걸어온 이 길, 그 끝에는 언제나 '사람'이 있었다. 나의 사랑, 나의 동료들 덕분에 오늘도 나는 다시 힘을 낸다. 김지연 건양대병원 76병동 간호사
출처 : 대전일보(https://www.daej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