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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양대학교병원간호부

Nursing Story

[간호사칼럼] 선택이 만든 성장

작성자 전체관리자  조회수 87 등록일 2026-01-25

2020년 3월 1일, 설렘과 긴장을 안고 건양대학교병원의 첫 출근길에 올랐다.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난 현재, 필자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이곳에 잘 적응했는가." 아직 베테랑이라 말하기는 이르지만, 적어도 이 병원에서 간호사로서의 자리를 차분히 잡아가고 있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병원 생활의 출발점에는 '선택'이 있었다. 간호학과 재학 시절 약 1000시간에 이르는 임상 실습을 통해 중환자실, 수술실, 응급실, 내·외과 병동 등 다양한 현장을 경험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각 부서의 분위기와 특성을 체감하기에는 충분했다. 그 과정에서 외과 병동에 대한 마음이 자연스럽게 기울었다. 수술과 치료를 거친 환자가 조금씩 회복해 퇴원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은 간호사에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람을 안겨줬다. 필자는 정형외과 병동을 희망했고, 병원은 그 의사를 존중해 줬다. 스스로 원해 선택한 자리라는 사실은 힘든 순간마다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책임감이 됐다.

입사 전에는 예비 간호사를 대상으로 병동 현장을 미리 경험할 수 있도록 운영되는 사전 임상 적응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실습생이 아닌 예비 구성원의 시선으로 병동의 하루를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실제 업무의 흐름을 배울 수 있었다. 기본 간호 술기와 의학용어를 다시 익히고, 병원의 동선과 물품 위치까지 몸에 익히는 시간은 단순한 경험을 넘어 마음의 준비 과정이었다. 덕분에 첫 근무의 낯섦은 줄어들었고, 조직 안으로 스며드는 속도 역시 한결 빨라질 수 있었다.

무엇보다 큰 힘이 된 것은 동료들이다. 간호계에는 여전히 '태움'이라는 단어가 따라다닌다. 생명을 다루는 직업의 특성상 엄격한 교육과 긴장감은 필수적이지만, 그것이 인격적 상처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사실 또한 분명하다. 입사 전 필자 역시 막연한 두려움을 안고 있었지만, 이곳에서의 경험은 달랐다. 부족한 부분은 분명하게 짚어주되 공개적인 질책이 아닌 조용한 조언으로 전해졌고, 바쁜 와중에도 먼저 다가와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선배들이 있었다. 특히 힘들어 보일 때마다 이야기를 건네고 마음을 살펴주던 수간호사님의 세심한 배려는 초년 간호사였던 필자에게 큰 위로이자 버팀목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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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낯설고 벅찼던 병동이 이제는 익숙한 공간이 됐다. 이는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이룰 수 없는 변화였다. 선택을 존중해 준 조직의 배려, 준비할 기회를 제공한 교육 과정, 그리고 사람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한 문화가 어우러져 가능했던 성장이라 생각한다.

이제 필자는 '잘 적응한 간호사'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고자 한다. 후배가 들어왔을 때 두려움 대신 기대를 품을 수 있도록, 필자가 받았던 따뜻한 격려와 세심한 조언을 그대로 전하는 선배가 되고 싶다. 간호는 혼자 완성되는 일이 아니라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오늘도 병동에서의 하루를 성실히 채워가며, 환자와 동료 모두에게 신뢰받는 간호사로 조금씩 단단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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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민 건양대학교병원 92병동 간호사

출처 : 대전일보(https://www.daejonilbo.com)